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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은 험난한 주말 예능판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은 듯 합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너무나도 안스러운 인물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국민약골' 이윤석입니다. 어제 방송되었던 '마라톤 편'을 보고,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과연 저 사람의 고통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하구요.


우선 제 생각에 이윤석과 대조적으로 '남자의 자격' 최대 수혜자를 말해본다면 김태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룹 '부활'의 리더... 전설속의 로커... 그저 그렇게 추억 속으로 사라져갈 뻔했던 그의 이름은 '남자의 자격'으로 인해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그를 모르던 아이들과 청소년들마저 이제는 그의 이름만 들으면 환호성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시체' 컨셉으로 시작하여 이제는 '국민할매' 라는 애칭을 얻은 김태원은 그 낯설고도 묘한 매력을 강렬하게 내뿜으며 초반부터 프로그램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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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에 넘치고 건강한 매력을 보여주는 김성민과 정확한 대칭점에 놓여있는 캐릭터가 바로 김태원이지요. 매사에 열정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고 숨만 쉬기도 벅차 보이며, 언덕을 올라갈 때면 가파른 경사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지그재그로 걸어가야 할 정도로 체력이 허약한 김태원의 모습을 보면, 과연 저것이 어디까지가 설정이고 어디서부터가 진짜인지 모를 지경입니다. 물론 100% 진실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까지 허약해서야 어떻게 콘서트를 비롯한 음악 활동인들 할 수가 있겠습니까? 음악인으로서의 활동 또한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것일텐데요.

사실 김태원이 '남자의 자격'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본업인 음악활동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서 간신히 남아있는 한 모금의 에너지만으로 진행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의 예능 진출은 더욱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친근하게 다가온 '국민할매' 김태원의 이미지는 그 자신의 인지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그룹 '부활'의 홍보에도 대단한 효과를 가져왔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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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상 최악의 허약 캐릭터'로 급부상한 김태원으로 인해 갈 곳을 잃고 나날이 불쌍해지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오래도록 '국민약골'의 대표주자였던 이윤석입니다. 김태원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윤석을 능가하는 허약 캐릭터는 없었습니다. 어딜 가나 제일 약하고 부실한 남자로서 놀림받아 왔던 십여년의 세월 동안, 어쩌면 그 이미지는 이윤석에게 매우 소중한 자산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는, 더구나 김태원과 함께 하는 '남자의 자격' 내에서는 그것이 거의 먹혀들지 않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의 입장이 굉장히 어정쩡하게 된 것이죠.

한동안 저는 그것을 어느 정도 설정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예전에 그가 '해피투게더 프렌즈'에 출연했을 때, 이윤석을 찾아서 나온 초등학교 시절의 모든 친구들이 현재 그의 모습을 보며 '실망이다' 라고 표현했을 만큼 어린시절의 그는 공부도 잘했을 뿐 아니라 잘생기고 건강했던 완벽한 엄친아였거든요. 물론 성장 과정 중에 점점 약해졌을(?) 수도 있겠지만, 무슨 큰 병을 앓았다는 말도 못 들었고, 김태원처럼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을 만큼 험한 인생을 살아온 것도 아닌데, 아직 한창 나이인 젊은 남자가 아무려면 그렇게 허약할 리 있을까 싶었던 것이지요. 그저 개그맨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그리고 너무 마른 체격 때문에 자연스럽게 '약골'의 이미지가 형성되었고 그에 맞춰 온갖 설정을 하고 있는 거라고 저는 생각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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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설정이 아니었다는 것을 저는 '남자의 자격' 에서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김태원이 등장한 이상, 최소한 '남자의 자격'에서만은 이윤석이 방향전환을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국민약골' 이미지로는 김태원과 완전히 겹치게 될 뿐 아니라, 여지없이 밀리기까지 하니까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는 방향을 전환하지 못했습니다. 첫째로는 아이디어의 부재가 문제였을 것이며, 둘째로는 명실상부한 약골 체력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요즈음 들어 '남자의 자격'은 부쩍 멤버들의 체력이 필요한 아이템을 많이 채택하고 있습니다. '신입생 되기' 라든가 '아내가 사라졌다' 등의 경우는 별다른 체력을 필요로하지 않았으나, '전투기' 체험이라든가 이번 주의 '마라톤' 체험은 보기만해도 아찔하고 위험할 정도의 체력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시체' 컨셉의 김태원은 누가 보아도 그런 훈련에 집어넣었다가는 생명이 위험(?)할 것으로 보이므로 자연스럽게 제외됩니다. 심지어 '전투기' 훈련 때는 급작스럽게 바뀐 녹화 일정 때문에 콘서트와 날짜가 겹치게 되었다는 이유로 오프닝만 함께 하고는 '조퇴'하여 모든 훈련에 불참하게 됩니다.

이번 주 '마라톤'을 위한 체력 훈련에서도 김태원에게는 모두가 봐주는 분위기였습니다. 턱걸이를 할 때도 멤버들이 다리를 얼싸안고 철봉 위로 올려 주었으며, 21.0975km의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기 위해 우선 맛보기로 3000m 달리기 훈련을 할 때도 다른 멤버들은 모두 완주했으나 김태원만은 천천히 걷다가 중간에 앉아서 쉬다가 하면서 절반도 못 되는 분량만 뛰고는 끝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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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윤석은 모든 훈련에 빠짐없이 참가했습니다. 전투기 체험의 가속도 적응 훈련 때에는 의식 상실을 경험했으며, 마라톤을 위한 3000m 달리기 훈련에서는 막판에 구토 증상을 보이면서도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그렇다고 그의 존재감이 빛났던 것은 아닙니다. '더 약한' 김태원이 있기 때문에 그런 약한 모습으로는 이미 어필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김태원이 매번 중도 포기하는 것처럼 이윤석까지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한 팀 내에서 두 명씩이나 '약하다는 이유로 빠져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 프로그램 자체가 불성실하고 의미없어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만두지 않는 한, 이윤석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티도 안 나는 고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토록 힘겹게 촬영에 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시청자들이 어떤 즐거움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가 하면 그렇지도 못합니다. 그저 답답하고 안스럽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만약 전투기 훈련 때 맥없이 기절하는 그의 모습이나, 3000m를 뛰다가 생생하게 헛구역질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재미있다'고 느낀 사람이 있었다면, 감히 추측하건대 새디스트의 성향이 농후한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과연 이윤석의 고통
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이제 더 늦기 전에 과감한 방향 전환을 시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의 개인적 진로 변경이든, 아니면 제작진과 논의하여 캐릭터나 프로그램의 컨셉을 조절하든, 어떤 식으로든간에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이런 식으로 계속해 나간다면,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괴로울 뿐 아니라 자칫 그의 건강을 해칠까 염려조차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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