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해피투게더'는 지난 번에 이어 '신데렐라 언니' 출연진들의 이야기로 꾸며졌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단연 화제의 인물은 서우였지요. 그녀는 마치 문근영을 따돌리는 듯한 태도와 더불어 내숭과 산만한 기질을 수시로 드러내며 순식간에 엄청난 안티를 선물받았습니다. 속마음은 단정할 수 없으나 제가 보기에는 그냥 실수인 것 같아서 그녀가 적잖이 안스럽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이번 주 방송에서는 서우 못지않게 걱정스런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신언니'의 히어로 천정명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천정명은 최근 드라마 촬영이 진행된 모 대학교에서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쏟아져나오는 기사들을 읽어보니 과연 체대 학생들이 먼저 과하게 싸움을 걸어온 것 같더군요. 하지만 연예인의 신분으로서 끝까지 참아 넘기지 못하고 바닥에 물병을 던지는 등 거친 태도로 반응한 천정명의 행동도 마냥 고운 시선으로 보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연예인도 사람인데 왜 억울하지 않을 것이며 어떻게 무조건 참을 수야 있겠습니까만, 일단 그 길로 접어든 이상은 감수해야 할 부분입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것이 세상 이치니까요.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얻은 만큼, 그 관심으로 인해 겪게 되는 억울함과 불이익도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천정명은 어린 나이도 아니고 30대의 성인이니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었지요.
어쨌든 그 부분에 있어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이해하고 편들어 주었습니다. 대중들의 반응도 처음에는 약간 충격을 받았지만, 내막을 알고 나서는 오히려 안스럽게 여겼습니다. 저 역시 그 중 한 사람이었구요. 그런데 '해피투게더'를 시청하고 나니 천정명이 적잖이 염려스럽습니다. 너무 지나친 솔직함이 오히려 그에게 독이 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는 실제로 상당히 다혈질인 것처럼 보였고, 연예인으로서 처신하는 요령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우선 가볍게 시작된 잠버릇 이야기였지만, 하필이면 시비에 휘말린지 얼마 안되는 시점이라 그것부터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자면서 옆에 있는 사람을 원 투 쓰리 어퍼컷으로 때리는 버릇이 있다더군요. 군대에서도 옆에 있던 병장을 때린 것은 물론이고, 집에서는 어머니, 아버지에게도 그런 적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자면서 때려봤자 그 주먹의 강도가 아주 세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저는 조금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결혼을 한다면... 그리고 혹시라도 억세게 운이 없어서 급소를 맞는다든가 하면... 뭐 이런 생각이 들면서 가볍게 웃고 넘길 수가 없더군요.
게다가 그 다음에 이어진 이야기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친구들과 더불어 얼큰히 술 취한 상태로 밤길을 걷다가 문득 친구가 길에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를 걷어차서 망가뜨리고 도망치는데, 화난 오토바이 주인이 자기 동료들과 더불어 붙잡으러 쫓아왔답니다. 결국 일행 중 한 명이 붙잡혀서 둘러싸였는데 천정명은 그 일행을 구한답시고 상대방 측 한 사람을 무릎으로 찍고 (-_-;;) 포위망을 뚫고 들어갔다며, 여기까지는 약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더군요. 그러다가 결국 경찰이 와서 자리를 수습하고, 수리비를 물어주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되려는 순간 친구들에게 "나는 연예인이니까 좀 빠질게" 라고 말했다는 추억에서는 좀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연예인이라서 빠지겠다고 발뺌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 전의 이야기가 더 큰 문제였습니다. 아무리 철없던(?) 대학시절의 일이라고 하지만 그 사건에 있어 시비와 폭행의 주체는 완전히 천정명과 그의 친구들이었습니다. 친구가 먼저 남의 물건을 파손시켰고, 상대방의 신체에 먼저 폭행을 가한 것도 천정명이었습니다. 오토바이 주인과 그 일행들은 그냥 쫓아와서 붙잡고 둘러쌌을 뿐, 때리거나 무릎으로 찍거나 하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만약 상대방 측에서 먼저 폭행을 했더라면 천정명이 굳이 그 말을 빼고 하지는 않았겠지요.
왜 하필이면 오랜만에 출연한 예능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했을까요? 물론 '신언니'를 촬영하던 대학교에서 시비에 휘말린 사건은 '해피투게더' 출연 이후에 일어난 일이니까...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겠지요. 정말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천정명의 이름과 겹쳐서 시비 또는 폭행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를 지경이니 연예인으로서 이미지에는 거의 치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두 가지 사건에 있어 천정명이 나선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닥에 물병을 던진 이유는 체대 학생들이 나이 많은 스탭의 멱살까지 잡고 시비를 거는 것을 보고 견디다 못해 나선 것이었으며, 오토바이 주인 일행에게 붙잡혀 둘러싸였던 친구는 하필 여자였다고 합니다. 여자 일행이 혼자서 남자 수십명에게 포위되어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을 보고는 불쌍해서 그냥 둘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생각하면 천정명은 오히려 어른을 공경할 줄 알고, 약자를 보호할 줄 아는 정의의 사도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세세한 속사정까지 기억해 주는 대중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 남는 기억은 그저 하나의 단어, 하나의 이미지 등 단순한 것일 뿐, 전후좌우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천정명이 몹시 염려스럽습니다. 실제로 시비 사건에 휘말렸던 시점과 예능에서 시비와 관계된 추억(?)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시점이 절묘하게 일치하는 우연도 심상치 않거니와, 자기 자신을 위해 차라리 하지 말았어야 할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털어놓는 그의 요령없음을 보니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사실 천정명은 순수하고 착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저렇게 요령 없이 말을 하는 것 또한 너무 순수해서 그럴 수 있지요. 그에게 지금은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군에서 제대하고 연예계에 복귀한 직후인 만큼, 자신의 이미지를 아주 공들여서 재창조하는데 전력투구해도 모자랄 거예요. 그런데 이게 무슨 불운인지 모르겠군요. 지난 일이야 어쩔 수 없으니 이제부터라도 요령을 많이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또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제가 보기에 '신언니'에서 천정명의 연기는 참 많이 부족합니다. 아무래도 오랜 공백이 있었으니 연기자로서의 감도 적잖이 떨어졌을 것이고, 그의 이미지 자체가 너무 장난꾸러기 소년 같아서 이번 배역과는 아무리 봐도 잘 맞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4회 엔딩에서 8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이제 더욱 나이들고 중후한 연기를 해야 할 텐데 과연 그가 얼마나 잘 표현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금까지도 캐릭터와 연기자의 갭이 상당히 크게 느껴져서 몰입이 잘 안될 지경이었는데 말이지요.
우선 천정명은 '신데렐라 언니'에 올인해야 합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온 힘을 다해서 '홍기훈'이라는 캐릭터와 자기 자신을 일치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만약 드라마가 종영할 때 '선덕여왕'의 미실처럼 '신데렐라 언니'의 홍기훈이 그 매력을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강하게 어필할 수만 있다면, 제일 좋을 거예요. 그것이 바로 정석이고 왕도입니다.
연기자가 정말 소름끼치게 연기를 잘 하면, 가수가 눈물날 만큼 노래를 잘 부르면, 대중은 웬만한 것은 다 잊고 그들에게 박수를 쳐 줍니다. 그러니 천정명은 앞으로 한동안 철저히 '홍기훈'이 되어야 합니다. 소름끼칠 정도는 못 되더라도 최소한 80% 정도는 캐릭터와 자신을 일치시켜서 좋은 연기를 보여 주어야 해요. 그렇지 못하고 발연기에서 조금 벗어난 수준의 표현력을 보여준다면, 이미지 회복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찬스이니, 부디 천정명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성숙한 연기자로 거듭나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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